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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일기)

그야말로 일기

by 그레이스 ~ 2023. 11. 16.

 

도쿄의 동쪽 해안은 태평양 난류 영향으로 아직 춥지 않아서

요코하마는 완전히 가을 날씨더라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린 사진이 추억을 불러오기에 딱 좋은 분위기여서 

어렸을 때 오빠와 감꽃을 주우러 다녔던 얘기를 댓글로 썼었다

 

그 감정의 연장으로 오랜만에 오빠와 통화했다

새벽마다 감꽃 주으러 다녔던 그 집이 할머니 집에서 아주 먼 길인데

네 살인 내가 어찌 먼 길을 매일 갔는지 의아하다 했더니

오빠의 설명이,

그때는 웅립이 아재 옆집에 살다가 그 후에 아래 동네로 이사를 한 거라면서 

네 살이었던 그당시의 기억만 남아서 이사를 간 여섯 살 이후의 기억에 연결된 거라고 

오빠가 신촌부락을 연필로 그려놓은 종이를 복사해서 카톡으로 받았다 

 

판뱅이(실제 이름은 다른데 우리는 판뱅이라고 불렀다) 집에 살다가

여섯살 이전에 아랫동네 내 기억 속의 우리 집으로  이사를 했던 거다 

오빠와 공유한 (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의) 추억들을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냉동고에서 꽝꽝 언 증편을 꺼내 두 개의 통에 나눠 담았다

추석에 일본여행 갔다와서 작은아들과 며느리는 그다음 일요일에 인사를 왔었다

그때 가져 온 것 중에 증편도 한 상자 있었는데 절반은 덜어서 냉동고에 넣어놓고 잊어버렸던 거다 

큰 냉장고의 냉동실은 매일 열어보니까 무엇이 들어있는지 짐작을 하는데

식탁 옆에 있는 냉동고는 자주 열어보지 않으니 하얀 박스 자체를 식재료라고 생각한 듯 

 

증편을 전자렌지에 데워 커피와 먹으면서 작은며느리 생각을 했었는데

놀랍게도 작은며느리가 전화를 했다

아이들 이야기, 공부 이야기, 하윤이가 내년에는 6 학년이 된다고 여러 가지 의견을 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누구나 다

해마다 새로운 일을 겪으면서 베테랑이 되어가는 거지 

앞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많은 일들이 

 

 

남편이 부산으로 가기 전에 끓였던 소고기 무국이 절반 남아서

일요일과 월요일은 무국과 김치찌개 해물전 남은 걸 먹어 치우고 화요일은 미역국을 끓였다 

 

 

언제적에 하윤이네 아이들이 온다고 마트에서 사다 놓은 감자칩이 냉동실에 남아 있어서 

기름 없이 튀겨 놨다 

 

이렇게 마트 안 가고 냉동실을 비우면 남편이 돌아올 즈음에는

냉장고를 텅텅 비우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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