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심각한 짜증과 투덜거림을 휴대폰으로 녹음해서 들려주겠다고 했던
그 이후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크게 충격을 받은 듯
4 일이 지난 오늘까지 남편이 조심하는 게 느껴진다
우리 부부가 크게 말다툼을 하거나 심각한 냉전이 되지 않는 이유는
나의 마음 깊숙이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있어서 일 것이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하루도 게으름 피우거나 허투루 낭비하는 날이 없었고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었다
또 가난한 집 장남으로 삶 자체가 얼마나 고달팠는지,
그러면서도 바르게 살아온 수십 년의 노력과 희생을 잘 알기에
어떤 여건에서도 무조건 남편을 돕고 위로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랬던 사람이 칠십 세를 넘기면서
앞으로는 세상 눈치 안 보고 내 멋대로 살 거니까
자기가 하는 일에 참견하거나 잘못이라고 지적하지도 말라고 선언을 하더니,
5 년 전부터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계속 생겼다
결국에는
고함지르고 상스러운 단어로 말하는 순간을 녹음하겠다는 사태가 벌어진 거지
어렵겠지만... 계속 존경받는 남편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으니
조심을 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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