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남편

칠십이 넘어서도 새롭게 깨닫는 일들

by 그레이스 ~ 2024. 2. 16.

 

칠십여 년 살면서 온갖 일들을 겪어서 안 써 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마음을 바닥에 내려놓은 상태로

방법 자체를 포기하고 보니 의외로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되었다 

 

남편이 식사시간에도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소리로 들으면서 식사를 하는 게 수년이 되었다 

 

같이 식사하는 사람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여러 번 지적을 했고

화를 내고 따지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소통이 안 되는 게 아니라 한쪽 귀는 열려 있으니까 내가 하는 말을 듣는다는 식으로 

자기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소화가 안 된다고 억지를 썼었다

 

못 본 척 참다가, 가끔은 너무 심하다고 푸념을 하다가,

지난주에 

도저히 고쳐지지 않을 습관이라면 내가 포기하는 게 해결 방법이다 싶어서

남편에게 먼저 식사하시라고

식어도 괜찮으니 나는 나중에 따로 먹겠다고 했다 

(남편의 습관을 고치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그냥 내 마음이 편하고 싶어서 결정한 일일뿐)

 

지금처럼 식사를 하는 건

식당에서 모르는 사람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과 같다고 

당신은 전혀 그런 마음이 없겠으나 나는 남편에게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밥 먹으면서 속이 많이 상한다 

당신이 왜 나를 무시하겠냐?

그걸 알면서도 나는 섭섭하고 화가 나고 그렇다 

그러니 번거롭더라도 당신이 먼저 식사하고 자리를 떠나면 나는 나중에 먹겠다고 

정중하고도 상냥하게 설명을 했다 

식사 말고는 평상시와 똑같이 행동하고

 

이틀, 여섯 끼니를 따로 먹은 다음 날  

식사하세요~ 불렀더니 휴대폰을 방에 두고 식탁으로 오네 

휴대폰 유튜브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으니 밥을 먹은 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된다 

최근의 축구 사태에 대해서,

감독이 나쁘고 더 나쁜 건 축구협회 회장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휴대폰이 없으니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지 않냐고 

우리가 꼭 필요한 말 말고 잡담을 하는 게 얼마만이냐고 하면서 

 

 

'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돈  (7) 2024.06.13
밤 열두시 반  (11) 2024.03.01
부산행  (14) 2024.01.23
오래된 사연  (8) 2024.01.10
못 말리는 고집  (6) 202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