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정확하게는 남편이 골프에 열심이었던 즈음부터,
이제는 주말에 서울 큰아들 집에 안 가도 되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가 가서 돌봐주지 않아도 될 만큼 유준이가 컸다는 요지의 말과
또 자기의 체력이 예전 같지 못해서
아이와 밖에서 놀고 나면 금방 지치고 피곤해서 눕고 싶은데 불편하다고
또 서울 가더라도 잠은 자지 말고 당일로 내려오자는 요구를 하셨다
나는 연말까지는 계속 가고 그다음에 결정하자고 하고는
그즈음 아들에게,
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겠다 싶으면 언제라도 말해주면 좋겠다고
아이들 보고 싶다고, 도움이 안 되는데도 무작정 가서는 안 된다고
중단할 시기를 의논하자고 했었다
새해가 된 이후에는
가서 도움을 주기보다 내가 가고 싶어서 재미 삼아 가는 날이 많았다
그런 중에 남편이 부산 가서 10 일씩 있다가 오시니
자연스럽게 격주로 가게 되었고
목요일에 아들이 전화하면서,
자기는 집에 없을 거라고, 금요일 가서 일요일 저녁에 온다는 얘기를 하면서,
앞으로는 부모님이 저희 집에 오시지 않아도 되도록 저희가 용인으로 놀러 가겠습니다
했었다
나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어
내일 서울 갔다 오면 8 일에 아버지는 부산 가셨다가 셋째 주에 오실 거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는 걸로 하자고
그보다 더 늦어져도 상관없겠다고 했다
아들도, 부모님 댁으로 놀러 가는 날짜는 그때그때 상황 봐서 결정하자고 했다
1 박이 아니라면, 우리가 서울로 가는 것보다
아들네가 우리 집으로 오는 게 편리한 이유는
아들네 자동차는 11인승 카니발에 아이 넷 어른 둘, 여섯 명이 타니까
버스 전용차선으로 다녀서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
이제 서울 안 가는 걸로 결정했으니
한 달에 한 번씩은 가까운 곳으로 여행 가자고 하시네
일 박해도 좋고 당일로 돌아와도 좋고
돌이켜 보니 2021 년 1 월 13 일 용인으로 이사 와서
2 월부터 규칙적으로 주말마다 만 3 년이 넘게 서울 갔었네
3 월 한 달은 유준이 태어나고 조리원에 있느라 우리가 서울 가서 살았고
첫 해와 둘째 해에는 큰 도움이 되었겠으나
나 또한 손자 손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통증이 심한 생활이 계속되니 우울증이 생겨서
괴롭고 쓸쓸한 나날을 보내다가,
이사 와서 아이들 보면서 웃고 마음을 쏟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우울증이 치유되었더라
다시 활달하고 긍정적인 나로 돌아와서
일상생활에도 서서히 변화가 생기고 웃음을 찾게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