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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옷차림과 그 사연의 시작은

by 그레이스 ~ 2024. 5. 23.

런던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하와이, 일본을 거쳐

울산 본사로 돌아와서 다시 사택생활을 시작했던 건 1984년 12 월 말 

외국에서 살다가 온 직원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사택 부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85년 1 월에 남편이 만 38세로 중역으로 승진했으니 더 화젯거리가 될 수밖에 

자연스레 현관 밖에 나가는 차림새도 신경을 썼을 거고 

또 런던에서 가져온 원피스 투피스 코트를 자랑삼아 입었을 거다 

 

3학년으로 입학한 큰아들 반에 어머니 대표로 뽑혀서 

(기억의 오류를 수정, 3학년이 아니고 다음 해 4 학년 때 반 대표를 맡았다)

4학년 10 개 반의 학년대표가 되어 더 남의 눈에 띄는 인물이 되었을 거고 

그런 생활이 큰애가 6학년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다가 

중학교에 입학하고는 결사적으로 피해서 어머니 회장을 안 맡았는데 

아이가 1 학년 첫 시험에 전교 1등을 해서 또 유명인사가 되는...

 

그 해 9 월에 큰 아이를 시내 중학교에 전학시키고, 시내로 이사를 했었다 

이듬해에 학성중학교에 전학 가서도 2학년 전교 1 등을 한 아들 덕분에

강제적으로 어머니 총회장을 맡게 되어

울산 시내 중 고등학교 전체 어머니 회장단에 임원이 되고 보니 

백화점에 가거나 시내에서 다니다가 인사하는 부인을 만나면 

회사 직원 부인인가?

학교 어머니회 임원인가?

상대가 누군지 몰라도 상냥하게 인사를 해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기다 보니 

외출 때는 머리모양 옷차림 등등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5 년을 살다가 서울로 이사 가서는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익명의 존재로 사는 게 얼마나 편했는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도

외출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옷차림에 신경 쓰는 나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이미 몸에 베인 습관이 되어버린 거지 

 

부산으로 이사 가서 또 여러 행사에 참석하면서 그렇게 살다가 

용인으로 이사 와서는 마트와 병원 말고는 가는 곳이 없으니

또 환자이기도 해서 완벽하게 익명으로 살았는데

 

3 월에 수영장에 다니고부터 

수원시민이면 회원권을 끊을 자격이 되는데, 시민만으로도 조기 마감되니 

용인 시민은 일일 사용권을 끊어야 된다 

1일 입장권은 4천 원이고 만 65세 이상은 2천 원이라서 

만 65세 이상이 맞는지 의심이 되는 사람에게는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한다 

차림새가 허름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나이보다 어려 보였는지 갈 때마다 주민증 보여 달라고 해서 

왜 그러냐고 직원에게 농담도 했었다 

얼굴이 익숙해질 만하면 안내 데스크 직원이 교대를 하고 

또 주민증을 보여달라 하는 반복이 계속되어 한편으로는 귀찮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60대로 봐줘서 고맙기도 했다 

 

3 월, 4월에는 갖가지 겉옷을 교대로 입었으나

5 월에는 겉옷을 얇은 바람막이 정도를 입다가

이제는 반팔옷을 꺼내서 걸어놓고 날씨에 맞춰서 혹은 기분에 따라 선택한다 

여름용 울 쉐터도 2 장 있고 마 제품도 있고 면 제품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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