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청소하느라 체력소모를 많이 해서 수영장에는 안 가기로 했으니
옷방 정리를 하려고
옷장 이불장 세트 옆 창문과 사이에 쌓여있던 플라스틱 박스를,
부산에서 이사 오면서 가져온 그대로 한 번도 꺼내 보지도 않았던 박스를
(어차피 못 입을 거라고 꺼내 볼 생각도 안 했다)
오늘 거실로 꺼내서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해 보니
얇은 쉐터가 한 박스이고 다른 박스에서는 바지와 치마도 나온다
눈에 안 보여서 여동생 줬는 줄 알았던 에스카다 봄 쉐터가 박스에 있었네
앞의 베이지색 바탕에 꽃무늬 반팔 셔츠는
실크와 썸머 울이 섞인 아주 비싼 옷인데 입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이사 온 이후로
재활치료 다니는 중에도 몸이 많이 아파서 누구를 만나고 싶지 않았고
또 체중이 엄청 불어나서 입을 수가 없었던 사이즈라서
첫 해는 꺼내 볼 생각도 안 하다가
일 년이 더 지나고는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잊어버렸다
더 놀라운 건
검은색 바탕에 꽃무늬 치마가 박스에 바지들과 구겨져서 있었다
썸머 울 제품이라서, 여름 직전 직후의 봄가을에 입기 적당해서 즐겨 입었었다
오스트리아 가이거 제품, 모직 치마가 여러 개인데
부모님 기일에 친정 가면 술을 따르고 큰절을 해야 하니까 꼭 긴치마를 입어야 해서
젊잖은 느낌의 회색 치마를 샀었다
페이즐리 무늬는 여행 갈 때 필요한 치마이고 초록색은 가디건과 세트다
오전에 바닥을 열심히 닦아서 밑에 천을 깔지 않고 그냥 바닥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외국 여행 가서 즐겨 입었던 화려한 바지들
에스카다 청바지도 여행 갈 때마다 챙겨가서 입었다
역시나 허리가 안 맞아서 박스에 넣어 뒀을 텐데 올 가을에는 가능하겠다
여름 바지 3개는 옴마야~~~!
소리가 나올 만큼 놀랍다
얇은 흰 바지 두 개는 여동생 줬다고 생각했는데 박스에 있었네
구겨진 채로 눌러서 담겨있던 여름 셔츠들
앞에 내놓은 건 내일부터라도 입어야겠다
다음으로는
백화점 매장에서 진열하듯이
방바닥에 철제 옷걸이를 놓고 줄줄이 걸어놓은
계절별 모직 바지들을 다 꺼내서 입을 것과 버릴 것으로 정리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