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사돈 간에 신년인사를 하면서 식사 초대를 받았었다
봄이 되면 우리 쪽에서 초대를 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했는데
사부인이 큰 개를 산책시키다가
갑자기 개가 달리는 바람에 줄을 잡고 넘어져 무릎을 다쳐서 깁스를 했었다
위로 전화를 하고 식사 접대는 다음으로 미루자고 했었고
이따금 아이들 소식을 공유하면서
올해 여름이 너무 더워서 날이 선선해지면 만나자는 이야기도 했었다
9월에는 추석 지나고 우리가 이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10월 초에 인사 겸 전화를 드리니
20일 이상 일정으로 유럽 여행 가서 10월 말 귀국하신다네
장기간 여행이라서 돌아와서는 시차즉응과 피곤으로 한동안 아팠다고
미루고 미루어져서 오늘 만나 점심 식사를 했다
장소는 오마카세 스시로 유명한 스시 도담
나는 사진이 없어서
인터넷 검색해서 다른 사람이 올려놓은 사진을 복사했다
메뉴도 역시 남의 것을 복사했다
단새우와 성게알의 조합도 좋았고
광어 도미 게살이 섞인 카이센동을 김에 싸서 먹는 것도 좋았다
이번에도 12시부터 1시까지 딱 한 시간 식사를 마치고 가까운 커피숍으로 옮겨
거의 두시간이나 얘기하다가 3시에 헤어졌다
부산에 살 때 선배들이 조언하기를
사돈 선물은 저울에 달아서 받는다는 말을 명심하라고 하더라
그 뜻은
사돈에게 선물 받은 것은 꼭 그만큼 갚아야 된다는 뜻이다
절대로 일방적으로 받아서는 안 되고 또 답례가 부족해도 안 된다는 의미로
선물의 무게(가격)를 저울에 단 듯이 기억하라고
그런 말을 들어서가 아니라
사돈 간에는 서로 조심하고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이번에도 계산대로 가는 남편에게
예약을 하면서 이미 점심값을 지불했다고 하시네
그래서 밖에 나와서
사돈에게 받은 건 저울에 달아서 그대로 갚아야 된다고 배웠다는 말을 해 버렸다
우리 부부가 주말마다 서울 가서 아이들 돌보셔서
꼭 식사 대접을 하고 싶었다면서 그렇게 부담이 되시면
이번 연말로 계산을 매듭짓고 새해부터 다시 하자고... 서로 웃을 수밖에
내년에 호텔에 가서 갚아야 하나
큰 숙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