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12시 10분 전에 출발해서 충청도의 어느 골프장으로 가셨고
(어느 골프장이냐고 묻지도 않았다)
나는 점심 먹은 그릇 치우고는 잠시 누워 있다가
나물반찬, 진미채 볶음, 장조림을 만들었다
숙주 한 봉지가 데쳐서 무쳐 놓으니 저것밖에 안 되네
삶은 시래기를 주문해서 받아 보니, 껍질을 벗기지 않은 거라서
껍질을 벗기고 양념한 된장으로 조물조물해서 뒀다가 국물 있게 지졌다
진미채는 양념을 끓여서 물에 한 번 헹궈 둔 진미채를 넣고 무쳤는데
볶은 깨를 전부 깨소금으로 빻아 버려서 볶은 깨 대신 땅콩을 뿌렸다
장조림은 아직 뜨거워서 식어야 반찬통에 담을 거고
애호박 볶는 건 저녁에 할지 말지 밀쳐 놨다
부엌 거실 안방 어디를 봐도 어질러진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