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작은애가 두 돌이 지난 얼마 후
둘째는 낮잠을 재워 놓고 큰애만 데리고 이웃 윗사람 댁에 인사를 간 적이 있었다.
잠깐 들렀다가 올 생각이었는데 커피를 권하시며 잠시만 앉았다 가라 하시고,
명훈이에게 새알 초코렛을 그릇에 담아주셨다.
커피를 마시고 나오려는데,
아이의 손이 엉망이어서 펼쳐보니,
따뜻한 아이손에 초코렛이 녹아버렸던 것.
명훈아!
왜 안 먹었니?
"아가 줄려고..."
집에서 자고 있는 동생 생각에 다 먹지 못하고 절반쯤은 남겼던 모양.
사모님이 깜짝 놀라시며,
아이손을 씻기고 비닐봉지 두 개에 아가 것, 명훈이것,
그러면서 담아주셨더랬지.
겨우 세돌 지난 그 어린것이 동생 챙기는 걸 보면서 얼마나 놀랬었는지... 아직도 잊히질 않네.
에피소드. 2
일 년쯤 후.
선잠을 깬 세훈이가
저녁 식탁에서 계속 칭얼거리는데 한두 번 달래도 안되니까
불같은 아빠의 성격에 달랑 들어서 문밖에 두고는 현관문을 닫아버리셨다.
밖에서는 울어서 야단이고, 나는 남편 눈치만 살피고,
명훈이도 밥을 안 먹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너도 쫓겨날 테야!!!!"
큰소리로 야단을 치시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울먹이며 하는 말...
"아가가 쫓겨났는데 내가 어떻게 밥을 먹을 수가 있겠어..." 그러면서 울먹울먹 우니까,
남편 안색이 하얗게 변하면서 얼른 나가서 세훈이를 안고 들어왔다.
에피소드. 3
영국에서 명훈이는 유치반 다니고,
세훈이는 놀이반 일 때.
같은 주재원 아줌마들이 놀러 오면서 데리고 온 아이들에게 내가 장난감을 잔뜩 내어줬는데,
세훈이가 들어와서 보고 깜짝 놀라면서 하는 말
형 장난감은 만지지 마!!
내 것 만 가지고 놀아!!
엄마~~ 이담에도 형꺼는 아무도 주지 마!!
사실 큰애는 자기 물건을 만지는 걸 싫어해서
형 이거 만져도 돼? 내가 놀아도 돼? 꼭 물어보고 형 것을 만졌었다.
"형 속상하면 내가 싫어."
세훈이는 끔찍이도 형을 위했었지.
그래서 연년생인데도 다섯 살쯤 차이 나는 듯이 자랐었다.
언제나 동생을 보살피고,
또 형을 자랑스러워하며 따르고...
내 기억엔 싸움 한번 없이 청소년 시절을 보낸 것 같다.
그러다가, 작은애가 대학생이 되고 난 후부터 친구처럼 변하더군.
지금도 내 눈에는...
연인처럼, 친구처럼 다정해 보여 얼마나 마음 뿌듯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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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07.04.16 00:02
아마도
아들을 키우면서
가장 자랑스럽고 보람을 느끼는 부분일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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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07.04.18 14:16
아주 특별하게
서로가 서로에게 많이 참고 배려를 하더라고요
남편에게
큰소리치는 나의 히든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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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은요10살8살인데요
답글
둘째가 첫째한테 맨날 깝쭉대요
첫째가 무던하거든요..근데 요즘은 형이 안 참으려고 하더라구요
저도 참지말고 혼내 주라고 해요
워낙 형을 동생다루듯 하려고 해서요
어떻게 지도 하면 좋을까요
아이 아빠는 작은애가 성격이 원래 까칠하니까 그냥 잘 보듬어 주라고 하는데
맨날 당하는 울 큰아들이 저는 안쓰러워요..
뭐 그리 괴롭히는거 는 아닌데 형 대접을 잘 안하고
아직 어린데 친구 대하듯 하는게 저는 싫더라구요
그레이스님의 조언 한마디....-
그레이스2007.06.15 21:44
비젼님^^
내 기억엔 아주 유사한 질문에 답글을 갤러리에 남겼던것 같은데...
찾아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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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2011.06.25 10:06
아~ 제니퍼님!
그때의 그 아이를 만고나싶은 기분이 드네요.
부모없이 고아원에 맡겨진 아이들 마냥 그렇게 서로를 챙기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지금도 그렇고,
아마도... 먼 훗날까지 서로를 아끼는 형제로 지낼 듯 합니다.
엄마로써 제일 고마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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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희2012.01.11 04:33 신고
아~맘이 너무 따뜻해지는 형제애네요..
답글
그레이스님 아드님들처럼만 커 준다면 둘째도 아들로 낳고 싶은 욕심이..ㅋㅋ
저희 아들은 요즘 아가들을 보면 애기~~이러면서 관심을 갖다가도
잠시 한눈팔면 기어나 한대 때리고 모른척 하더라구요..끙..애기 엄마한테 어찌나 민망한지..ㅠㅠ
빨래대에 걸려있던 꽃무늬 셔츠만 봤을땐 과연 어찌 소화를 하려나 했었는데..
둘째 아드님은 화려한 셔츠가 정말 굉장히 잘 어울리네요..-
그레이스2012.01.11 10:17
사택에서도 유난스러운 아이들이었어요.
어쩜 그렇게나 사이가 좋으냐고 남들이 놀라워했었지요.
요즘도 두 아들을 보면 내 마음이 따스해지고, 흐뭇합니다.
소희님 아들은 아직 자기보다 어린 아기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이니까,
나보다 어린 아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부터 학습이 되어야 하지않을까요?
가을부터 유아원에 가면 잘 할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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