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기 이틀 전,
앞으로 있을 중요한 일들에 대해서 의논하려고 명훈이 장모님께 전화를 드렸었다.
통화 말미에, 시어머니 예단으로 드릴 시계를 살려고 다녀봤는데,
취향에 맞게 고르기가 어려워서 그냥 돈으로 준비했다고 하셨다. 나는 잘 알겠다고 했고...
명훈이와 통화를 하기전까지는 보내는 돈이 내 시계값이라고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란다.
제대로 예단비를 준비하셨다고.
처음에는 예단비를 보낸다는 말에 깜짝 놀랐고... 그다음에는 액수를 듣고 놀랐고...
예단비를 안받겠다고 했지만, 그 댁에서는 예의를 다 갖추고 싶다고 하셨단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뜻을 충분히 알겠고, 챙겨주시는 게 고맙기도 했다.
예단비가 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아들에게 내 의사를 밝혀야 할텐데,
처음에 결정한 그 소신대로 처리해야겠다는 마음과, 이왕 받았으니 그 돈을 쓸까 하는...
그 짧은 순간에 양갈래의 마음이 교차했다.
아들은, "이왕 받으셨으니 어머니 하시고싶은대로 하셔요~" 뜻밖에도 그렇게 말하네.
속물스러운 마음은 - 그래, 신부에게 4천만원짜리 다이야 2캐럿 반지도 사줬고,
또 패물값으로 5천만원을 현금으로 더 줬으니 나도 그정도 받자. 하고,
반대의 마음은 - 내입으로 한번 했던 말은 지켜야지. 물욕보다 자존심을 지키자. 하고.
이틀 동안 남편에게는 예단비를 받게 됐다는 말도 못 했다.
토요일 아침, 선영이가 예단비 1억을 들고 인사드리러 왔다.
고맙다, 잘 받겠다고 하고... 이미 내 결심은 결정되었지만 아무런 내색을 안 했다.
그런데, 막상 거금의 예단비를 받고 보니 이런저런 유혹이 생긴다.
남편이 슬쩍 부추긴다, 5천만 원만 돌려주고 사고 싶은 거 사라고...
하루 동안은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까르띠에 보석시계를 차고 있는 상상에 빠졌었다.
흔들리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게 비싼 물건을 가졌다고 내 인생이 달라질 건가?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수습한다.
초심을 지키자 하고...
아직 내손에 1억짜리 수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