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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사성 (사주단자)

by 그레이스 ~ 2020. 12. 15.

안방의 이불장과 옷장이 붙박이로 제작되어서

이사를 갈 때는 내용물을 다 꺼내어 박스에 담아야 한다

꺼내 놓고 보니, 옥양목 이불 홑청도 있다

예전에는 옥양목이라 불렸던 면을 이불 홑청으로 썼기에

지퍼가 달린 커버로 바꾼 이후에 예전에 사용했던 그 호청이 남아 있다

옥양목 다음에는 다림질을 안해도 되는 천으로 바꾸었고,

그다음에는 바느질을 안 해도 되는 지퍼가 달린 이불 홑청으로... 편해졌다

 

결혼하기 전에 신랑측으로 부터 받았던 사주단자를

맨 밑에서 발견하고,

46 년이 지나서 처음으로 풀어 봤다.

 

 

 

친정아버지께서 간소하게 예식을 치르더라도

모든 격식은 다 갖추고 싶다고 해서

신랑쪽에서는

사성을 쓸 줄 아는 전문가에게 찾아 가서 썼다고 했다

 

풀어보니 큰 봉투는 혼인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편지이고,

작은 봉투에 남편의 생년월일이 적혀 있다.

찾아보니 사성을 쓰는 형식에

종이의 가로 세로 규격과 몇 번 접어야 하는 지 다 정해져 있단다

 

우리 할머니께서

사주단자는 잘 간직하고 있다가

죽을 때 가슴에 품고 관 속에 들어가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이웃님들~

결혼 때 받은 사주단자를 장농 속에 가지고 계신가요?

 

  • 키미2020.12.15 12:39 신고

    우와~~~!! 완전 국보급 보물이네요.
    우리만 해도 늦은 결혼이라 둘이서 결혼하겠다고 하고 인사하고 상견례만 했죠.
    양쪽 집안에서 결혼하는 것만도 대단하다...이러셨습니다. ㅎㅎ

    답글
    • 그레이스2020.12.15 13:44

      기억이 잘못되어 수정했어요.
      시백부님이 사주단자를 가지고 오신 게 아니라
      백부님을 찾아뵙고 결혼식에 참석해주십사고 말씀드려서 큰아버지 내외분이
      마산에 오신 겁니다

      우리 아들은 둘 다
      사성을 적은 혼서지를 한복집에서 마련해줘서
      한복과 예물 등등을 넣은 함을 친구들이 아니라 아들이 직접 들고 갔어요.
      장모님은 함사세요~ 고함 지르면서 떠들썩하게 받고싶다고 하셨지만
      요즘은 동네 시끄럽게 하면 학생들 공부에 방해된다고 항의 들어오니까요.

      오래된 물건중에
      30년 전에 선물 받은 인도산 실크도 있어요.
      받았던 그 당시에도
      인도산 실크보다 국산 품질이 더 좋아서 옷을 만들 생각을 안했어요.
      그런식으로 쓸모없는 실크 가운도 있고,
      여름 셔츠도 있고...
      이번에는 버려야 겠지요?

    • 키미2020.12.15 13:57 신고

      인도산 실크가 질이 별로인가요?
      그쪽에 섬유가 발달해서 괜찮은 거 같은데..
      수공비가 더 나오겠는데요. ㅎㅎ
      그래도 좀 아깝네요.


    • 그레이스2020.12.15 14:03

      국산 실크가 색감과 무늬가 훨씬 좋습니다.
      선물 받은 실크는 단색이어서 이불감으로 적당하겠어요.
      이불로 만들면 세탁도 드라이 보내야 하고...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뒀지요.

  • 데이지2020.12.15 13:21 신고

    정말 대단해요!
    격식 있게! 참 좋네요. 저희는 간소하게는 했지만 격식 있게는 그만 놓치고 말았네요.

    답글
    • 그레이스2020.12.15 13:54

      친정에서는 첫 결혼이어서
      결혼예절의 순서를 다 지키고 싶어 하셨어요.
      꺼내서 읽어보니 옛생각도 나고...새롭네요

      요즘은 사주단자 대신
      아버지가 직접 편지를 써서 사돈께 보내는 집도 봤어요.
      그 편지를 받고 감동 받아서 상대 아버지도 답글을 보냈더라구요.

  • 데이지2020.12.15 17:21 신고

    멋스러운 화답이네요.
    저희는 아들 결혼식 때 남편이 축가를 불러 줬어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비밀댓글]

    답글
    • 그레이스2020.12.15 19:05

      아버지께서 축가를 불러주셨으니
      신혼부부는 말할 것도 없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도 특별한 날이었겠어요 [비밀댓글]

  • 여름하늘2020.12.15 21:52 신고

    세상에 46년이 된 사주단자를 우리가 보게 되다니요
    그런데 어쩜 저리도 색깔 변색도 없고
    새것 같이 잘 보관하셨네요.
    감동이셨겠어요
    그날일들이 주마등처럼 떠 오르셨겠지요?

    답글
    • 그레이스2020.12.15 23:02

      안감은 붉은색 겉은 연두색의 비단보자기에 싸서 받은 그대로
      자개장 깊숙히 넣어놨다가 부산으로 오면서 오래된 자개장은 버리고
      안방 이불장 설합에 넣어뒀으니 비단보자기 색깔이 햇볕을 안봐서 그대로 이네요.
      아버지가 주신 그대로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풀어봤어요
      편지 내용은 한자라서 대충 해석하니,
      시백부님이 친정아버지께
      조카를 댁의 따님과 혼인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원래 정해진 문구가 있어서 그대로 빼껴 썼겠지요.ㅎㅎ

      시어머니께 드리는 예단이불은 집안 아지매들이 바느질했는데,
      신랑신부 이불은 내가 직접 바느질했어요.
      친척중에서 화목하게 잘 사는 부인이 첫 바느질을 하는 거라고 해서
      집안 아지매가 몇 바늘 시작을 해주고 나머지는 내가 했던 기억이 새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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