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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커피와 디저트

by 그레이스 ~ 2022. 7. 4.

아들이 결혼한 후에는 

그 집은 며느리 집이니 냉장고를 열어봐도 안 된다는 주의사항이 있었다 

아들 결혼 전에 읽어야 하는

시어머니가 지켜야 할 10 가지의 주의사항에 포함된 내용이다 

나도 손자 손녀가 태어나기 전에는 많은 것들이 조심스러웠고,

과도하게 신경 쓰다가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 

 

아무튼 

아들 집에는 일하는 아줌마들이 있고 

냉장고가 조심해야하는 특별한 곳이 아니어서 

하루에 두 번 커피를 마실 때는 적당한 쿠키나 빵을 꺼내서 디저트로 먹었는데

갑자기

새로 온 아줌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 쓰여서 

몇 주 전부터 간식 하나 먹는 것도 조심스러워 냉장고 문을 안 열게 된다

품위 있는 시어머니가 아니라 노인네 주책스러운 행동으로 보일까 봐서

말하자면 눈치를 보는... 

 

지난 주말에 커피를 마시려고 

며느리에게 

커피 마시면서 먹을 달달한 디저트 하나 달라고 했더니

냉동실에서 마카롱 하나와 휘낭시에를 꺼내 줬었다

 

이번 토요일에 가니 

며느리가 인사를 하고는 부엌으로 가서 디저트부터 꺼내서 

어머님 드시라고 사놨다는 말을 한다 

 

칼질이 된 파운드케이크는

아줌마가 아이들 한 조각씩 식후에 주려고 잘랐는데

며느리가 보고

그 건 할머니 드릴 거니까 도로 넣어 놔라고 했었다고 아줌마가 설명한다 (자기가 모르고 잘랐다고)

 

그리고 며느리가 냉동실에서 또 꺼낸 상자에는

작은 사이즈 파운드케이크가 3 개 들어있다 

이것도 어머님 간식이에요 한다 

 

 

지난번에 어머님 드실 적당한 디저트가 없어서 당황했다면서 

아줌마에게

할머니 드실 거는 (아이들 주려고) 손대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말도 하고.

 

첫 번째 케이크는 두 조각 먹었고 

상자 속의 파운드케이크는 그대로 냉동실에 두고 왔다 

다음 주말에 가서 하나씩 먹으려고 

 

 

  • 음~~!!! 며느님 마음씨 너무 이뻐요.
    조심스러워 하시는 거 알고는 미리 척척 다 준비.
    세심한 배려 흐뭇합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2.07.04 16:32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최근에 좀...
      아줌마가 나를 어떻게 볼까~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드니 자존심이 팍 상해서 아무것도 손대고 싶지 않았고요
      직접 꺼내 먹다가 며느리에게 디저트 하나 달라고 했더니
      재빠르게 시엄마의 변화를 알고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구요

  • 여름하늘2022.07.04 21:20 신고

    그레이스님 빵을 정말 좋아하시다는걸
    다시 한번 알게되는 순간입니다 ㅎㅎ
    며느님이 눈치 빠르게 준비를 해주니참 좋네요
    마음 씀씀이가 참 넉넉하고 좋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22.07.05 06:04

      동네 빵집이 아니고 백화점에 가서 소문난 브랜드를 샀더라구요
      나를 위해서 그런 맘을 썼다는 게 고맙고 뿌듯했어요
      좀 유치한 표현으로
      내가 이만큼 대접 받는 시엄마라구~ 하는 기분으로요 ㅎㅎ

  • 데이지2022.07.04 21:37 신고

    달달한 디저트도 즐기면서 날씬한 몸매까지! 참 그레이스님 멋쟁이셔요!
    사려 깊은 며느리는 딱 시어머님 닮으셨어요. 큰며느리 얻고자 학수고대하시더니 이렇게 훌륭한 며느리와 함께 하시는 노년의 삶이니 얼마나 보기 좋은지요!

    답글
    • 그레이스2022.07.05 06:16

      큰아들이 서른 여섯이 되도록
      얼마나 닥달을 하고 속 끓이고 기다렸는지... 그 속상함을 블로그에도 중계를 했잖아요
      아들이 좋은 사람 만나려고 결혼이 늦어졌나봐요

  • 토론토 양배추2022.07.05 21:28 신고

    그레이스님이 드시는 디저트는 정말 맛나보입니다.
    늘 커피와 함께 하시는 모양입니다.
    예쁜 커피잔과 디저트는 사실 좋은 궁합이거든요.
    유명 백화점에서 사온 디저트 맛이 얼마나 좋을지
    저나름대로 상상해 봅니다.
    비단결처럼 고운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겠구요.
    그만큼 그레이스님이 먼저 베풀고 마음을 열어놓고
    지내시니 가능한것 아니겠어요?
    세가지 파운드 케익 먹어보고 싶군요.

    답글
    • 그레이스2022.07.06 06:41

      저는 커피 마실 때
      식사 후에라도 커피만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아침에는 일어나서 얼마 후에 마시니까 식사 한참 전에 마시고
      점심 이후에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커피를 마십니다
      예전에는 하루에도 여러 잔의 커피를 마셨는데
      요즘은 하루에 두 잔 이상은 위장이 허락하지 않네요

      며느리가 사다 준 케이크가 이토록 반가운 건 내가 존중 받는다는 그 뿌듯함 때문일 겁니다

      세가지 파운드케익은 냉동고에 넣어놓고 왔어요
      아껴서 다음에 먹으려고요
      이번 토요일에 가면 한꺼번에 3 가지 다 한 조각씩 맛 볼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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