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유로 3 주 연속으로 서울 못 가니 아이들이 보고 싶다
토요일 오후가 이토록 한가하다니...
가라앉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장식장 속의 커피잔을 꺼내 왔다
온실효과를 내는 베란다 유리창에는
뿌옇게 덮여있던 김서림이 쨍한 햇볕에 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해는 번쩍이며 더 커 졌다
마트 갔다가 사 온 크림카스텔라를 예쁜 접시에 담고 싶어서 그릇장 속의 민톤 에이본리를 꺼냈다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찍었더니 쑥 줄었네
몇 년 전 해운대 살 때 그릇장 청소한다고 식탁에 다 꺼내놨을 때 찍은 사진이다
고급 그릇을 풀 세트로 사놓고 사용도 안 하고 그냥 보기만 하다가
나중에는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자녀 없이 죽은 후 헐값에 중고시장에 나온다고....
지나고 보니 평범한 가정에서 비싼 그릇을 사는 건 아까운 낭비였다고 후회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 케이스인데
그런데 나는 30대에 본차이나 금장 그릇을 풀 세트로 산 것이 낭비였다는 생각보다
내가 저 그릇을 가졌다는 뿌듯한 맘으로 수 십 년을 살았으니
그릇의 가치는 내가 느꼈던 만족감으로 충분했다는 생각이다
별로 사용을 안 해서 깨끗한 그대로 며느리와 손녀들에게 물려주면 또 오랜 세월 잘 간직할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