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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아름다운 기억들

by 그레이스 ~ 2007. 1. 21.

어릴 때 봄은,

큰 방에 세워 놓은 고구마 꽝의 고구마가 바닥나는 것,

뒤란 장독대 옆의 땅을 파고 만들어 놓은

무 꽝의 무가 바닥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엄마가 밥그릇에 보리밥을 퍼서 놓아주면

누군가는 상추위에 깻잎을 얹고 무 잎사귀를 또 얹고

보리밥을 얹고 쌈장을 얹어 오므려 볼이 미어지게 쌈을 해먹고

또 누군가는 보리밥에 찬물을 말아

그저 담담히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 먹고

그중 달콤한 애오이를 엄마가 집어주면

아삭아삭 깨물어 먹곤 했다.

푸성귀가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와

어쩌다 매운 풋고추에 걸리는 사람의

하우 소리와 보리밥에 물을 마는 소리들...

 

보리밥집을 가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보리밥을 깡된장에 비벼먹는데 이 생각 저 생각 다 났다.

아마 그순간 나는 보리밥을 먹었던 게 아니고

어린 시절을 먹고 있는 중이었을 것이다.

 

신경숙의 글 "어머니를 위하여" 의 일부

 

 

아침에 

글을 읽다가 간밤의 추억여행 생각이 나서 컴퓨터앞에 앉았다.

 

자라서 어른이 되어 부모님을 떠 올리고 좋은 추억들을 기억해내듯이

내아이의 자라는 과정을

애기때 부터 다시 돌아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다.

 

애들아!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그리고 언제나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커 주었고

지금은 멋진 청년으로 생활해주어서 정말 고맙다.

 

너희가 내 아들로 태어나준게

나에게는 제일 큰 축복이다.

 

참 행복한 엄마가.

 

 

이영애2007.01.22 19:48 신고

아들들에게 행복한 고백을 하신 그레이스님!

두 아드님 덕분에 행복해 하시는 거 글에서도 느껴집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답글
  • 그레이스2007.01.22 20:09

    아마도
    추측이지만 (말대로 이루어진다는 거 )
    애기때부터 그런말을 참많이 했었거던요.
    고맙다. 자랑스럽다.대단하다.
    결국엔
    그 말대로 이루어진 게 아닐까 그런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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