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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나이가 가르쳐주는 여유.

by 그레이스 ~ 2007. 11. 7.

 

따끈한 밥으로 상을 차리려는데

 

난데없이 라면을 끓이라면?

이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당연지사 짜증이 팍!! 오르지

첨엔 신경질도 나고 구시렁구시렁 했었는데 그런데 그것도 몇 번 반복하니...

그래!  천년 만년 사는 거 아닌데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행복이지, 더운밥이 대수냐?

영양이고 뭐고 먹고싶다는거 멕이자

그렇게 마음이 바뀌더라구 -

지금 이 말에 수긍이 안간다면 아직은 젊은(마음이라도) 청춘이겠지?

 

 

되돌려보면 나와 비슷한 경험은 다~ 있지 않을까?

신혼 때

누구나 그러하듯이 서로 마주 보고 잠을 자는데

남편은 총각시절에 잠자던 버릇이 아니니 얼마나 불편했으랴 - 해서

무심결에 돌아누웠다가 곤욕을 치렀지

삐지고, 토라지고, 눈물 글썽이고...

그다음부턴 나 돌아누울게~ 하며 먼저 허락받고

그래도 신경 쓰여서 왼손으로는 내 손을 잡고 돌아눕고 그랬었는데

그렇게 나는 밴댕이 속이었는데도

시간이 지나니 나를 안 쳐다봐도, 돌아누워도 예사로 되더라고.

또 회식으로 늦게 들어온다면 서운하고, 허전해서

늦도록 굶고 기다리다 속을 끓이기도 하고...(아이가 늦어서 신혼기간이 길었지만)

그러다가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면서 기다렸는데

나중엔 아이 키우면서 생활이 바빠지니 회식한다, 늦게 들어온다 그러면 편해졌다고 좋아라~ 했었고,

애들이 중학생쯤 되니 출장 가서 일주일 혹은 보름  집을 비우면

간편한 생활을 해방 인양 즐거워도 했었던 경험!!

모두들 한두 번씩 경험해보지 않았나요?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무던해지면서 너그러워지고,

 

그리고 상대의 늙어감에 연민을 가지고...

이렇게 나이가, 세월이 사람을 변하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한 밥, 반찬 그냥 두고 오늘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네요.

 

 

 

 

 

 

 

 

냄비에 물을 끓이는 동안 찰칵.

나는 라면은 아무것도 안 넣은 게 좋더구먼

남편은 끓는 물에 야채를 넣고 그다음에 면을 넣고 마지막에 파 까지 들어가야 되는...

전골 같은 컵라면.

 

나이가 많아지면 화낼 일도, 따질 일도 줄어들어요.

서로가 불쌍해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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