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하고 다퉜던 이야기가 전국으로 퍼져서 아들도,동생도,친구도...문의가 오고.
그러고보니 내가 어지간히도 내숭쟁이였구나,
한번도 부부싸움을 해본적이 없다는 듯이...
수다떨며 통화를 하다가 생각난 옛이야기.
명훈이가 5 학년이된 봄, 어느 일요일 낮이었지?
명훈이가 샤프심 연필을 사고싶다고 하길래,(그해 학교에선 샤프심이 대유행이었다)
내가 안된다고 하면서 깎아 쓰는 연필로 글을 써야 손목에 힘을 기르고 필체가 반듯해진다며
(친정아버지께서 우리를 가르치실때 하신말씀)
중학생이 되어야 허락하겠다고 하고, 나는 부엌으로 들어갔는데,
그사이 아빠께 하소연을 한 모양인지 남편이 큰소리로 나를 부르더라구.
그냥 허락하지 그러냐고?
너무 깐깐한게 아니냐며 사줘!! 그런다.
거실에 앉은 세 남자를 쳐다보면서...
당신이 우리집의 제일 어른이니 허락하라면 허락해야지요.
하지만 이제 엄마의 말은 아무 쓸모없게 되어버렸으니 나는 보따리 싸서 집을 나가야겠네요.
하고는 부엌으로 도로 들어갔는데,
조금있다가 남편이 명훈이에게 하는말이;
명훈아~ 둘중에 하나를 포기해야하믄 샤프심을 포기하자,
아무래도 엄마를 포기할수는 없잖아? 그런다.
조금 있다가 씽크대쪽으로 온 세훈이 나에게 귓속말로 나직이 하는말이
"엄마~ 집나갈꺼믄 내한테 먼저 말해줘요"
왜?
"나도 보따리를 싸야하니까~ 난 엄마 따라 갈꺼예요"
그러고는 얼른 나가더라구.
그날밤,
내가 남편에게 한 부탁;
나는 안된다고 했으니 아빠가 어린이날 선물로 사주세요.
나는 규칙을 지키고,명훈이는 (선물 받아서) 가지게 되니까요.
.........................................................................................
자기가 하고싶은 일도 직접 말하지않고 언제나 엄마 마음을 먼저 확인해보는 명훈이
며칠전에 그러더라구
"우리반 애들 샤프심 연필 많이 가졌더라"
"안깎아도 되고 아주 편해!"
엄마가 들어라는 듯 지 동생에게 말하면서 갖고싶은 마음을 빙빙 돌려서 그렇게 표현하더라구.
나도 그 마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엄마들이 왜 그럴까?
볼펜이나 샤프펜슬 쓰는게 얼마나 안좋은데...
국민학생 나이에는... 어쩌구저쩌구...
왜 나쁜가를 충분히 설명을 했기에 "나도 사고싶어요" 라고 말 못하고 며칠을 머뭇거리다가
아버지의 응원을 기대하고 일요일에 꺼냈던 사건.
항상 어른들의 마음을 먼저 읽어보는 성격 때문에 야단맞을 껀수를 안만드는...
나가 놀고싶다던지, 뭘 먹고싶다던지도 세훈이 꼬셔서 엄마에게 물어보게 시키고...
약은 녀석~~~~~
'작은아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에서 있은 일. (0) | 2008.04.23 |
---|---|
신촌에서.10 (0) | 2008.04.22 |
신촌에서.9 (0) | 2008.02.29 |
수능 그리고 간절한 소망. (0) | 2007.11.29 |
엄마 잔소리. (0) | 2007.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