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 마시는시간308

중대결심. 평소에 우리끼리 하는 말 중에, 부산은 서울보다 많이 보수적이고,또 덜 세련됐다고 아마도 10년 혹은 30년은 뒤쳐졌다는 비평도 종종 하는데... 명절을 맞이하는 자세도 역시 그런 모양으로, 많이 준비하고, 격식을 따지고... 참~ 구식이다. 이제는 다들 며느리 위치보다 시어머니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명절이 어렵고 힘이 드는 건 며느리 때나 시어머니 때나 마찬가지라고 푸념이다. 서울에서 혹은 가까운 곳에서 자녀들이 와서 하루,이틀 또는 삼일을 지내다 간 이야기로 운동을 하다말고 홀에 둘러앉아(스트레칭용 매트에 누워서) 그냥 놀았다. 나는, 그 정신없었다는 얘기를 부러워 하면서... 앞으로 나는 어떤 시어머니가 될 것인가를 가늠하기도 하고, 희망사항을 꼽아보기도 하고... 맏이로 살면서 일주일.. 2009. 1. 29.
사전 교육. 어제 모임에서, E씨가 며느리가 이번주 내로 출산을 할것 같다며 병원가는 길에 따라나서겠다고 중간에 일어서는데, 앞서 경험한 선배들이 한마디씩 한다. 친정엄마랑 같이 가는데 끼어들지 말라고. 아무리 잘해줘도 시어머니는 조심스럽고 불편하니까 애기 낳았다는 소식 듣고 가라네. 애기 낳고 누워있는 며느리에게 자주 가지말라는 말도 곁들여서... 출산비용은 아기 낳기전에 먼저 며느리에게 주고, 딸 뒷바라지로 수고한 사돈에게 나중에 인사와 적당한 선물하는것 잊지말라고도 하고... 여러 선배들 덕분에 시어머니 노릇을 톡톡히 사전교육 받는다. 한국에서 아기를 낳는 경우엔 도와주는 사람을 구하기 쉬워서 별 문제가 없는데, 출산을 돌봐주러 외국으로 갈 때는, 그 어렵고 힘든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태어나서 처음 겪는 고된 .. 2009. 1. 17.
엄마를 부탁해. 내 블로그를 가지기 전 몇년간 어느 아가씨의 블로그를 통해서 날마다 그 이웃들을 섭렵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요즘도 가끔은 궁금해하면서 들려보는데... 그 중 한 청년. 오랫동안 글이 뜸 했었는데 얼마전 올려놓은 글에, 한달전에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아직도 혼수상태라는 것. 평소에 혈압도 높지않았고,수영도 열심히 하시는 등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셨기에 그 충격이 더 크다는 것과 애태우는 마음을 절절히 표현하면서, 우연히 보게된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은 소감을 현재의 자기 마음에 빗대어 소개해 놨길래, 요즘엔 소설종류는 안읽는 편이지만 한번 읽어보자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사게된 여러번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또 서너번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 감정에 빠져들기도 했다. 글을 읽을 때 누.. 2009. 1. 9.
상대방의 마음 읽기. 수 년전에 친한 이웃으로부터 특별한 초대를 받았었는데 애석하게도 우리 부부는김치랑 밑반찬으로 겨우 밥을 먹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광주가 고향인 그 이웃은 마침 최상품의 홍어가 있어서 그걸 사 가지고 당일로 돌아왔다면서 저녁 초대를 했더랬습니다. 그 이전에 홍어를 먹어본 적이 없었던 저는 좋은 생선회쯤으로 생각하고 부푼 마음으로 갔었지요. 상차림은 홍어회,홍어찜,홍어무침,홍어전골... 아~ 냄새가 어찌나 지독하든지!!! 아주 맛있어하면서 열심히 권하는 주인과는 달리 저는 맛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고 숨 쉬는 것도 어려웠었지요. 깜짝 놀랄 만큼 비싼 값으로 사 온 그 음식을 손도 못 대고 돌아왔으니... 후일 들은 얘기에 광주에서는 아주 특별한 손님에게만 최상품의 홍어를 대접한다더군요. 그 이웃은 얼마나 큰.. 2008. 12. 12.
편안함과 만만함의 차이 친절하다. 편안하다. 만만하다. 처음에는 내가 베푸는 친절을 고마워하고 특별하게 받아들이다가, 그게 일상화되어서 편안하게 느끼고, 나중에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쯤으로 생각하고 서서히 요구조건이 많아졌다면 이미 내가 만만하게 보였다는 것. 예를 들어서, 친절은 내가 밥을 사주고 돈을 썼는데도 즐겁고 흐뭇한 기분일 때이고, 그 돈이 아깝고 짜증스러울 때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고 봐야지. 사회생활에서 특히나 직장생활에서 그 경계를 구분 못하는 건 치명적인 결점 아니냐? 동등한 친구관계, 상하관계, 계약에 의한 갑과 을의 관계... 자기의 위치가 어디에 속하는지 사태 파악을 잘하고, 상대방이 아무리 잘해줘도 내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지켜야지. 요즘은 편안함과 무례함을 구분 못하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서.... 2008. 11. 25.
내 탓.남의 탓. 어제저녁엔 남편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지인과 요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길 하느라 수영장 물속에서 두 시간이나 걷고 서성이고 했었다. 제조업의 어려움,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는 직원들에 대한 시각, 정부의 여러 정책들, 환율의 피해에 대해서, 그리고 살아가는 살림살이에 대해서... 더러는 동조도 하고, 조금은 다른시각으로 이견을 내기도 하면서...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내 나름의 여러 가지 의견으로 한 편의 글을 쓰고 싶기도 하지만 오늘의 느낌을 간단하게 간추려서 주의사항만 아들에게 들려준다면, 인간관계에서 이익과 손해를 따지기 앞서서 신뢰가 먼저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말에서부터, 국가, 기업 만이 아니라 개인까지도,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은 자기의 수입의 한도 안에서 지출 계획을 세워야지 빚이 저축보다.. 2008. 10. 14.
얘기 들어주기.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을 의논할 때는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위로가 된다. 한껏 예민해진 아이에겐 무슨 말이 도움이 될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에게 슬럼프가 되지 않도록 도와줄 방법은? 그리고 교우관계 등 개인적인 질문들... 사십대의 부부가 떨어져서 주말부부로 사는 허전함과 애틋함 그리고 남편의 희생에 대하여. 나도 단단히 준비하고 나간 일이어서 나름대로 도움이 될만한 얘기들을 했었겠지만... 진정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고마워했던 이유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경험을 들려주고... 마음이 편안해질 말을 해주고... 그래서 였겠지? 고등학생 엄마들에게 질문하나; 아이의 전공선택 첫째 조건이 무엇인가요?(성적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해보고 싶은 희망이 먼저인지? 막연히 잘해낼 것 .. 2008. 10. 7.
개인의 취향 US오픈 5연패를 한 로저 페더러의 뉴스를 보고... 작년에는 런던에 30일 있었다. 때마침 윔블던 테니스 경기 중이어서 저녁시간에는 티비로 낮 경기 중계를 몇 번씩 되풀이 보곤 했었다. (그땐 집에 인터넷 연결하는 선이 없었고,티비 다른 프로는 알아듣지를 못해서 경기 중계밖에 볼 게 없었다.) 그 이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테니스였는데, 전 시합 기간을 다 보고 나니 좋아하는 선수가 생기더라고. 라파엘 나달(스페인) 경기규칙도 다 모르시면서 무슨 팬을 하신다고요? 명훈이는 날 놀리기도 했었는데... 나는 막무가내로 "다 몰라도 팬 할 거야~ " 그렇게 웃기곤 했었다. 이번에 서울에서 아들을 만났을 때 올림픽 테니스 이야기를 하다가 올해의 그랜드 슬램도 화제에 오르고, 명훈이가 하는 말이 "어머니는 나달을 .. 2008. 9. 10.
똑같은 풍경을 봐도 느낌은 제각각. 여동생과 어린 시절의 엄마 얘기하다가, 나는 좋았던 기억,엄마의 조언, 본받고 싶은 장점들을 많이 기억하는데, 동생은 야단맞고,혼났던... 아쉬웠던 일들이 많이 생각난단다. 내 기억속의 동생은 꺾을 길이 없는 그 성격 때문에 혼나는 일도 많았지만 야무지고, 깔끔하고, 똑똑해서 엄마의 칭찬을 많이 들었었다. 나는 엄마가 여동생을 편애한다고 서운해 한적도 여러 번이었는데... 똑같이 설거지를 시켜도 나는 후딱 해치워서 엄마의 마음에 미흡했지만, 동생은 초등학생일 때도 찬장 속의 양념단지까지, 구석구석 다 닦고 뒷정리를 깔끔히 끝내는 야무진 아이였다. 그러니 "동생보다 못하냐?"는 구박도 받았었는데 그런 건 먼저 떠오르지 않나 봐. 내 기억 회로는 고맙고, 따뜻하고, 즐거웠던 일들만 크게 편집되는 단순 회로이.. 2008.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