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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262

옷 이야기.3 1998 년부터 15 년간은 명품도 많이 사고 사치했었다는 글을 쓰고는 그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따져본다 (결혼초에는 월급이 적어서) 월급의 절반을 시어머니 생활비로 드리고 살았고 (70년대 중반은 모든 회사들이 번창하던 시기여서 특별 보너스를 자주 받아 생활이 가능했다) 런던 발령받아 나가서 살 때도 매달 송금하고 (시아버지 제사도 모시고 갔다) 돌아오는 해 중역이 되어 생활비도 더 드렸다 두 아들에게 너희들 과외를 할 돈을 할머니 생활비로 드리는 거니까 앞으로 학원 다니거나 개인 과외 없이 엄마가 열심히 공부해서 가르치겠다고 했었다 아이들은 혼자서 공부하면서도 놀랄 만큼 잘했었다 시동생이 사고 쳐서 목돈을 보내야 할 때는 남편은 속상한 중에도 아내에게 미안해서 약간의 위로금을 줬었다 둘째 시동생이 아파.. 2023. 12. 20.
옷 이야기.2 은행에서 정기예금이 만기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직접 은행에 와서 사인을 하라고 여윳돈이 있어서 은행에 맡긴 게 아니라 내년 봄에 이사 갈 전세금 중의 일부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보증금 일부에 월세를 150 만원씩 내고 있어서 다음에는 전부 전세로 가려고 한다 내 명의의 통장이고 또 남편은 몸이 불편하니 나 혼자 운전해서 찾아갈 생각이다 외출할 때 누구를 만나는 날 보다 더 신경을 써서 옷을 고르는 때는 백화점 유명 브랜드 옷 매장에 갈 때와 은행 갈 때이다 은행에 가면서 옷차림에 신경을 썼던 이유는, 내 명의로 서울에 신축 상가를 사면서 남편에게 증여받을 수 있는 최대로 받아도 모자라서 2 억을 대출받았었다 통장에 여윳돈이 있으면서도 은행에 빚졌다는 그 자체가 무척 자존심 상해서 멋쟁이 모습으로 갔.. 2023. 12. 14.
분위기를 바꾸려고 이런저런 이유로 3 주 연속으로 서울 못 가니 아이들이 보고 싶다 토요일 오후가 이토록 한가하다니... 가라앉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장식장 속의 커피잔을 꺼내 왔다 온실효과를 내는 베란다 유리창에는 뿌옇게 덮여있던 김서림이 쨍한 햇볕에 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해는 번쩍이며 더 커 졌다 마트 갔다가 사 온 크림카스텔라를 예쁜 접시에 담고 싶어서 그릇장 속의 민톤 에이본리를 꺼냈다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찍었더니 쑥 줄었네 몇 년 전 해운대 살 때 그릇장 청소한다고 식탁에 다 꺼내놨을 때 찍은 사진이다 고급 그릇을 풀 세트로 사놓고 사용도 안 하고 그냥 보기만 하다가 나중에는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자녀 없이 죽은 후 헐값에 중고시장에 나온다고.... 지나고 보니 평범한 가정에서 비싼 그릇을 사는 건 아까운 낭비였다.. 2023. 11. 18.
내가 범인이었네 온 집안을 다 찾아봐도 없었던 테레비 리모컨을 어제저녁에 거실에서 찾았다 남편이 오면 먼저 실토해야겠다. 오른쪽이 잃어버렸다가 찾은 거다 소파에 앉아서 테레비를 보면 너무 멀어서 일 인용 소파를 3 인용 앞으로 옮겨 티비를 본다 팔걸이 밑과 쿠션 사이로 밀려 들어갔던 걸 몰랐던 거다 그러면 왜 지니야~ 불러서 찾아달라고 했을 때 반응이 없었나 생각해 보니 건전지가 다 되어 리모컨 버튼 작동이 잘 안 되던 시점이어서 찾지 못했던 듯 소파에 앉아서 옆에 리모컨을 두고 채널을 돌리면서 티비를 봤을 테고 내 움직임에 밀려 안으로 들어갔겠다 내가 방으로 들어간 후 티비를 끄는 건 남편이 지니야~ 불러서 껐던 모양이다 야~~~ 엄청 창피하네 2023. 11. 18.
티비 리모컨 지난주 수요일 이후 테레비 리모컨을 찾을 수가 없어서 티비 시청을 포기하고 지냈다 나는 남편이 거실 리모컨을 자기 방으로 가져갔을 거라고 생각했고 남편은 내가 안방이나 어딘가에 뒀을 거라고 생각해서 어딘가에 있겠지 하면서 보고 싶은 프로가 있어서 토요일 둘이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해 봐도 없다 결국에서 kt에 전화를 해서 리모컨 구매신청을 하고 지니야~ 불러서 테레비 켜줘, 연합뉴스, 엠비씨 채널로 바꿔 줘~ 볼륨 올려 줘~ 그렇게... 어려운 방법으로 어제저녁에는 복면가왕을 봤다 (복면가왕은 언젯적에 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 프로그램인데 팬텀싱어 우승한 리베란테팀의 김지훈이가 인공지능 가면을 쓰고 출연해서 본방사수 하느라) 리모컨이 있으면 광고시간에는 다른 곳으로 채널을 돌리는데 지니야~를 불러야 하니 .. 2023. 11. 6.
한가한 토요일에 가방 세탁 토요일에는 아침밥 말고도 서울 가는 준비로 샤워하고 머리 말리느라 시간이 필요해서 가방은 금요일 밤에 내용물 점검해서 거실에 내어 놓는다 잠옷과 편한 옷, 기초화장 케이스, 매일 먹는 약과 파스 두 종류, 휴대폰과 안경.... 계절이 바뀌었으니 들고 다니던 가방을 세탁했다 안감이 잘 빨아지도록 또 잘 마르도록 펼쳐 널어놨다 여름 가방을 세탁하면서 겨울 것도 함께 세탁했는데 이유는 봄이 지나고 보관할 시점에 안 빨고 그냥 둬서 좀 찝찝해서 (가죽 핸드백도 계절이 바뀔 때는 내부를 깨끗이 닦아내고 건조제를 넣어놔야 냄새가 안 나고, 가죽도 핸드크림으로 잘 닦아야 오래 쓸 수 있다) 그리고 작은 천가방도 함께 세탁했다 청바지 천으로 만든 작은 가방은, 뒤집어 사용해도 될 만큼 안감도 튼튼하고 바느질 솜씨도 좋.. 2023. 10. 21.
여름옷 정리+ 추가 여름옷 정리라고 썼지만 실제는 반팔 티셔츠와 반팔 남방셔츠를 정리하려고 전부 거실로 옮겨놨다 세어보니 서른일곱 장 많기도 한데 그럼에도 낡은 옷을 버리기에는 애매하다, 낚시 갈 때는 헌 옷이 편하다 하니까 어쨌든 헌 옷 중에서 절반은 버려야지 앞으로는 여름옷을 입을 일이 없으나 만약에 후쿠오카로 갈 일이 있을지 몰라서 일단 외출할 때 입는 몇 벌은 옷걸이에 걸어놓고 나머지는 전부 박스에 넣어 둘 생각이다 버린 게 아니라 박스에 넣어뒀다고 설명하고 내년 여름이 되면 꺼내자고 설득을 해야지 뭐 생필품 사러 마트에 가는 길에 종이박스 하나 가져오려고 했으나 현관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관절이 아파서 수시로 누워서 쉬어야 하니 펼쳐놓은 게 마음먹은 대로 정리가 안 된다 쉬엄쉬엄 천천히 할 수밖에 내친김에 위에 .. 2023. 10. 18.
가스렌지 고장 며칠 전부터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그러더니 오늘은 국을 끓이려고 가스레인지를 켰는데 바로 꺼진다 다시 되풀이해 봐도 마찬가지 결국 휴대용 버너를 꺼내 끓이던 걸 마무리하고 가스회사에 전화했다 느낌이 가스누출인 것 같다고 내 설명을 쭉 듣더니 가스 누출이 아니라 가스레인지 센서 고장인 것 같다고 가스레인지 제조회사에 전화하란다 가스레인지 회사는 통화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카톡으로 문자상담을 하니 모델 넘버를 알려달라네 가스레인지 밑의 서랍을 열면 가스레인지를 들어 올릴 수가 있다면서 그 아래에 모델넘버가 있단다 시도를 해봤으나 내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어서 외출한 남편이 오기를 기다렸다 다섯 시가 지나서 돌아온 남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가스레인지를 들어 올려 넘버를 보라고 했더니 안에 큰 건전지가 두 개 부.. 2023. 10. 12.
낡은 옷 13~15년 전 추석 전날, 현관 벨소리에 부엌에서 일하다가 그냥 나갔더니 명절 선물을 들고 온 신사 분이 나를 쳐다보고는 사모님은 안 계시냐고 물었다 순간 사태파악을 하고는 사모님은 마트에 가셨다고 하고는 선물은 두고 가시라고 했더니 자기네 회사 사장님이 꼭 사모님 뵙고 인사 전하라고 했단다 명함을 두고 가시면 잘 전달하겠다고 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남편이 사장 명함을 가진 이후에도 가사도우미를 안 쓰고 계속 혼자서 일했으니 청소하거나 음식을 많이 만들 때는 헌 옷을 입고 있었다 괜찮은 실내복, 말하자면 홈드레스도 여러개 샀으나 일을 안 할 때 입는 거고 어제 베란다에서 말린 옷을 걷어와서 접다가 낡은 티셔츠를 보고 옛 생각이 났다 목이 늘어난 셔츠에 여기저기 전부치던 밀가루 자국이 묻었으니 파출부 아줌.. 2023.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