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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는시간309

손주에게 정 쏟지마라. 가운을 입고,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말리고 있는 중에, 평소에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는 회원 한분이, 옆에 앉았다가 조금 전에 나간 다른 회원 이야기를 한다. 손자 사진을 보여주고, 흠뻑 빠져 있더라면서. 나: 첫 손주라면 그 마음이 어떨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첫 데이트를 시작한 남자에게 마음이 빼앗겨서,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그 설레는 마음과 비슷하잖아요.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러니 손자 사진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고요. 회원님: 손주에게 정 줘봤자 다 부질없는 헛짓이에요. 나중에 배신당해서 상처만 받는다구요 그러니 당신도 너무 정 쏟지 말고 적당히 하세요~ (듣고 있으려니 열이 오른다) 아예 정색을 하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보충설명을 했다. 지난번에 유라가 할아버지께 했던 말을.. 2019. 5. 13.
사용하는 언어가 품위를 나타낸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급하게 가려고 차선을 이리저리 바꾸고 또 무례하게 끼어들기를 하는 차가 있다. 끼어들었다가 또 2차선으로 나가더니, 얼마 못 가서 화물차에 막혀버렸다. 다시 1차선으로 들어오려는 차. 남편이 얄밉다면서 안 끼워주겠다고 앞차와 간격을 의도적으로 좁히더라. 넣어줘요~ 그냥 넣어줘요~ 불법으로라도 급하게 가야 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마음 편하게 넣어줘요~ 속력을 늦춰서 넣어주신다. 서울에서 부산가는 ktx를 탔던 어느 날. 두 시간이 넘게 큰소리로 통화를 하는 아줌마를 아무도 말리는 사람 없이 듣고 있었어요. 통화내용이 너무나 참혹해서 시끄럽다고 제지를 할 수가 없었어요. 남동생이 공장에서 사고를 당해 거의 죽어가는 상태로 울산대학병원으로 실려갔다고... 형제들과 친척들에게 .. 2019. 4. 9.
이런사람 저런 사람. 지난 20일 오후에 매일 오후 3시에 와서 7시에 가는 도우미 아줌마가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자기는 이달 말까지만 일하고 그만둘꺼라고 해서, 어찌 일주일만 남겨두고 그만둔다고 하느냐 적어도 한달 전에는 말해야 다른 사람을 구할 것 아니냐. 내가 생각하기에, 이 건 최소한의 .. 2019. 2. 28.
내 생일 생일에 대한 추억들이 나만큼 화려한 사람도 드물 것 같다. 어린시절에는 아버지 생신 다음날 태어난 덕분에 내생일상도 잡채랑 생선이랑 풍성했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생일 전날 남자친구가 사 주는 케잌을 들고 집에 가는 아가씨였다. 남자가 호감을 가지게 만들어놓고 모른척 시치미를 떼는 타입이어서 남자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단수의 내숭쟁이였네. 집에 들고 온 케잌은 (밤새 오줌누러 일어난 동생들이 크림으로 만들어 놓은 장미를 하나씩 먹어버려서) 다음날 아침에 보니,데코레이션이 다 없어지고 한쪽 귀퉁이가 없어진 모양이었다. 생일날에는 다른 남자친구에게 또 케잌을 받았었다 20대 초반의 화려했던 시절에. 결혼한 이후에는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쳐놓고,내 생일을 강조했었다. 일곱살 여.. 2019. 2. 13.
나에게 2월은 2월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니, 겨울의 끝자락이라서 춥고, 명절이 있어서 힘들고 짜증 나고, 꽉 찬 30일도 아니어서 모자라고 구박뎅이 같은... 느낌이 든단다. 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나 4명의 생일이 음력 1월에 있다. 1월 1일 설, 9일 아버지 생신, 10일 나 , 14일 할머니, 15일은 음력 보름, 18일 엄마 생신 나 어릴 때는 보름까지 설이 계속되는 셈이었는데, 그 사이에 아버지 생신과 할머니 생신이 있으니, 어린 마음에 2월은 축제의 달로 생각했었나 보다. 어린 시절 좋았던 기억이 많아서, 어른이 된 이후에도, 2월은 추위 속에서도 즐거움이 있는 달로 느낀다. 내 생일이 지나면 곧 봄이 올 거라는 기대와 내 생활에도 새로운 시작이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으.. 2019. 2. 11.
예의바름은 무의식중에. 사모님댁 아줌마~ 물 좀 줘요. 여섯살 세훈이가 지사장 부인에게 다가가서 물 달라고 했던 말이다. 사모님댁 아줌마라는 호칭이 너무나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그 자리에 있던 부인들이 웃음이 터졌었다. 현대그룹 런던지사장댁에서 본사에서 출장 온 회사분들 식사 대접한다고, 부장 부인들 4명이 차출되어 가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세훈이가 어린이집에서 마치는 시간까지 집으로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아이를 결석 시키고 데리고 갔더니, 거실에서 가지고 간 장난감으로 놀다가 목이 마르니까 부엌으로 와서 나에게 물 달라고 했는데, 나는 요리를 하는 중이어서 사모님께 달라고 하랬더니, 저렇게 사모님댁 아줌마라고 부르네. 평소에 집에서 남편과 이야기할 때, 지사장 부인 이야기를 할 때는 사모님 댁이라고 불렀더니, 아이는.. 2019. 1. 27.
스카이 캐슬 실사판. 스카이 캐슬 드라마 이야기를 하다가, 미국에서, 대학 입학하는 학생들 컨설팅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속 김주영과) 같은 업종이라서 스카이 캐슬 드라마를 더 흥미롭게 보고 있다고 하면서 자식을 명문대학에 보내고자 애쓰는 아시안 타이거맘들이 화제에 오르지만, 알고 보면 돈 많은 미국 백인들 일부는 훨씬 더하단다.(아이비리그 출신 돈 많은 부모일수록 더) 바로 이런사람들이 드라마처럼 고액의 컨설턴트를 고용해서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대입을 맡긴다고. 미국은 SAT만점에,학교성적 최고를 받고, 액티비티를 수준급으로 해도, 눈에 띄는 hook이 없으면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대학에 다 떨어진다고, 수년간(아마도 10년 정도) 경험했던 학생.. 2019. 1. 18.
아주 조금이라도 지난해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한 해가 되자. 며칠 전 덜컥 두려움을 느낄 만큼 놀랐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던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순간, 이게 무슨 일이지...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느끼고, 그래서 알고 있던 일인데 인정하기가 싫었던 거지. 크리스마스 전날 큰아들과 대화하다가 사촌들에 대해서 세부적인 질문을 하길래, "글쎄~ 들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안 난다"했더니, 어머니, 건망증이 심한 편이냐고 물었다. 단호하게, 아니라고 나는 건망증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기억에 남겨두지 않아서 그렇다고 덧붙이면서. 집에 돌아와서도 며칠 동안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동기생 500명 중에서 가장 아이큐가 높은 아이였고, 머리가 좋다는 여러 분야 중에.. 2019. 1. 3.
소감. 남편과 나. 앞으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식들에게 점점 어리석은 모습만 보여줄 것 같다. 지난달에는 세훈이 앞에서. 이번에는 명훈이 앞에서.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 상대의 말을 끊고, 끼어들어 대화를 이어가는 해프닝이 연거푸 생겼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길게 말한다고, 서두가 길다고, 요점정리가 안된 설명이라고, 남편은 내가 못마땅하고, 나는 남편이 못마땅하고... 결국 짜증을 내고 언성이 높아졌다. 아들과 남편은, 인류가 몇만 년 전에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고, 뉴질랜드와 호주에 최초로 정착한 사람이 같은 종족이 아니라든가. 각 대륙별 이동에 대해서... 뭐~ 그런 내용으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길래, 그런 이야기는 고만하라고, 나는 명훈이 일상에 대해서 듣고 싶다고... 남편의 말을 중도에서 .. 2018. 12. 29.